디지털 노마드

한국인 디지털 노마드가 베트남 다낭에서 한 달 살아보며 느낀 현실적인 생활비 분석

myinfo7146 2025. 6. 24. 23:31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는 나에게 더 이상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일하는 프리랜서가 된 후, 노트북만 들고 자유롭게 여행하며 살아보자는 계획을 실현에 옮기기로 했다. 첫 목적지는 베트남 다낭. 환율도 좋고, 물가도 저렴하다는 이야기에 ‘한 달에 100만 원이면 충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항공권을 끊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섬세했다.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은 기본 생활비 외에 어떤 지출이 들어가는지 모를 때만 가능한 이야기였다.

 

디지털 노마드가 베트남 다낭에서 느낀 현실 생활비

 

이 글은 단순히 "얼마 썼다" 수준이 아니다. 다낭이라는 도시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며 실제로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정리했다. 특히 작업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노마드의 특수한 소비 구조를 중심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비슷한 삶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현실적인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의 고정비 구조 – 숙소와 인터넷이 비용의 핵심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집’이 아니라 ‘작업 가능한 집’이다. 나는 다낭 시내의 미케 해변 근처에서 한 달 숙박 가능한 에어비앤비를 520달러(약 72만 원)에 계약했다. 에어컨, 책상, 와이파이, 전자레인지, 세탁기까지 갖춘 구조였다. 디지털 노마드에게 있어 숙소는 잠자는 곳이 아니라 일하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호텔보다 더 꼼꼼하게 체크할 부분이 많다.

인터넷도 빠져선 안 될 고정비다. 나는 현지 통신사 비나폰에서 유심을 구매해 30일 무제한 요금제를 12,000원에 사용했다. 속도는 괜찮았지만, 중요한 회의나 영상 편집은 대부분 숙소의 와이파이를 사용했다. 디지털 노마드에게 인터넷은 전기와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숙소 예약 시 리뷰에서 와이파이 품질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인터넷 환경이 나쁘면 숙소 비용이 아무리 저렴해도 결국 이중으로 돈이 든다.

 

디지털 노마드의 생활비 – 식비는 줄여도 커피값은 못 줄인다

많은 사람이 ‘동남아는 싸다’고 말한다. 실제로 로컬 식당에서 한 끼를 2천~3천 원에 해결할 수 있다. 나 역시 하루 두 끼를 외식으로 해결했고, 과일은 시장에서 직접 사 먹었다. 이 덕분에 한 달 식비는 약 25만 원 수준으로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 노마드로서 생기는 작업 공간 소비는 필연적이었다. 나는 매일 카페에서 일을 했다. 커피 한 잔은 1,500원 정도지만, 하루에 두 잔, 한 달이면 10만 원 가까이 된다. 여기에 현지 배달앱, 간식, 물, 세탁비 같은 소소하지만 반복되는 소비들이 무시 못 할 금액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싼 도시’라는 기준만으로는 디지털 노마드의 소비 구조를 설명할 수 없다. 일하면서 사는 구조는 여행자와 다르기 때문이다.

 

디지털 노마드의 업무 환경 유지 비용 – 카페 외에 더 들어간 돈들

디지털 노마드로 산다는 건 단지 장소만 바뀐 게 아니라, 일하는 시스템 전체를 옮기는 일이다. 나는 일주일에 2~3회 정도는 집중이 잘 되는 환경을 찾기 위해 코워킹스페이스 ‘The Hub Da Nang’을 이용했다. 하루 1만원 내외의 비용이 들었고, 커피와 프린트 서비스가 포함됐다. 혼자 있으면 집중이 잘 안되는 날에는 이곳에서 6시간 이상 작업하며 루틴을 유지했다.

또, 예상외 지출도 있었다. 노트북 마우스가 고장 나 교체했고, 외장하드를 두고 와서 구글 드라이브 용량을 유료로 늘렸다. USB 허브도 하나 현지에서 구입했다. 디지털 장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업무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반 여행자와 달리, 디지털 노마드는 장비와 환경 유지 비용이 생활비의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디지털 노마드의 생활비는 ‘싼 삶’이 아닌 ‘구조 있는 소비’의 문제다

한 달간 다낭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며 사용한 총지출은 약 170만 원 수준이었다. 숙소, 식비, 통신, 카페, 코워킹스페이스, 장비 유지 등 모든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다. 한국에서 한 달 살아가는 비용과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수준이지만, 삶의 질과 소비 구조는 전혀 달랐다.

디지털 노마드는 ‘저렴하게 사는 방식’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자원을 배치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따라서 어떤 도시에 가든, 중요한 건 도시의 물가보다 나의 생활 패턴과 업무 구조가 그 도시와 얼마나 잘 맞는가다. 다낭은 나에게 첫 디지털 노마드 경험지로 매우 유익했지만, 동시에 ‘계획 없는 자유는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가르쳐줬다.